노을 꽃밭
전숙(금안보건진료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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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진료소 하얀 벽에 노을 꽃밭이 걸려 있다
사금 든 꽃, 고실라진 꽃, 검버섯 잔뜩 피운 꽃
기역자로 휘어진 꽃들이 이글거린다
언제 찍혔나, 저 꽃밭
들여다보니 구멍이 뻥뻥 뚫려있다
시간의 직업은 구멍 뚫는 일
폐가에 늘어나는 구멍처럼 꽃들의 옆구리에 구멍이 늘어간다
뚫린 구멍을 통해 바람 한 줄기 불어나가고
눈물이 방울방울 걸어온다
동그란 약으로 노역과 시간의 구멍을 메우고
안마의자의 안마를 받아야 하루를 건너는 꽃들
달달한 차 한 잔씩 나누며 저녁놀이 타오른다
더 이상 잊히지 않으려는
기억의 호미질에서는 캄캄한 목초액만 올라온다
어느새 숯처럼 타버린 시간들
길은 점점 어두워지고 구멍이 아가리를 벌려도
무성한 풋것과 맞닥뜨려 지는 법 없다
푸른 풋것들 노욕이라 꼬집지만
그 노욕이 저녁놀을 저리 뜨겁게 사르는 숯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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