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2014년 10월호 글번호 30번
쌍지팡이
전숙(금안보건진료소장)
보건진료소에서 일한지 33년째다. 산행을 하는 사람들은 스틱을 양손에 쥐고 걸어간다. 그때의 지팡이는 걸음마다의 신체적 의지가 될 뿐만 아니라 정신적 동행이고 가족이다. 오, 벽지에 위치한 보건진료소의 특성상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팔순 즈음의 어르신이다. 신체적 기능이 노화되어 잘 보이지도, 잘 들리지도 잘 걷지도 못하신다. 또한 식구라야 부부양주거나 독거노인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한동네의 주민들은 통째로 식구고 가족이다. 맛있는 것이 생기면 콩 한 조각이라도 나누어 드시는 게 인지상정이 되었다. 진료소도 진료의 기능보다는 어르신들의 지팡이로서의 역할이 크다. 어르신들의 적막강산인 외로움을 안아드리고 상처받은 가슴의 흉터에는 순한 연고처럼 스며들어 흉터를 다독인다. 소나무 껍질처럼 부르튼 손바닥을 끌어안고 열두 이랑 막막하던 노동의 시간을 읽으며 그 힘들었던 세월을 위로해드린다.
진료소는 내 집처럼 편히 머물다 가는 어르신들의 쉼터다. 진료소장은 어르신들의 돋보기고, 보청기고, 신문이고, 편지다. 택배를 불러드리고 새로운 소식을 전해드리고 며칠 안 오시면 전화로 안부를 여쭙는다. 처음 발령 받았을 때 오, 벽지인지라 목욕하기가 어려우니 가렵고 냄새가 나고 피부병이 심했다. 그래서 우리 진료소는 10년째 무료목욕탕을 운영하고 있다. 목욕탕에서는 서로 등도 문질러주면서 젊은 시절 이야기를 하시며 한바탕 웃음꽃이 피어난다. 목욕하고 나오시면 아기피부처럼 뽀얗게 예뻐지신다. 그 모습을 뵈면 고봉밥 먹은 것처럼 배가 불룩해진다. 목욕 후에 차를 한 잔씩 드시고 물리치료를 하신다. 물리치료를 하면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며 외로움을 달랜다. 나는 서러운 시절의 하소연도 들어드리고 고부간의 갈등도 조정하고 친구간의 서운함도 중재하다보면 하루가 금세 지나간다. 어르신들은 나름 시인이시다. 굽은 허리도 ‘하늘을 업고 다닌다.’ 하신다.
고혈압, 당뇨병, 관절염 등 병주머니 몇 개씩 찬 종합병원인 어르신들은 내 얼굴만 봐도 안심이 된다고 하신다. 하지만 실은 내가 더 어르신들께 의지하고 산다. 된장이며 김치며 푸성귀며 아쉬울 것 없이 챙겨주시는 어르신들과 나는 서로 힘을 주는 쌍지팡이다. 몸도 마음도 서로에게 기대고 저녁놀을 맞는다. 저 노을처럼 어르신들께는 아직 아궁이의 잔불이 남아 있다. 날만 새면 여전히 호미를 친구 삼아 논두렁밭두렁으로 들일 나가는 어르신들께 누구는 노욕이라고 핀잔이지만 그 욕심이 하루를 건너는 어르신들의 용기라는 것을 나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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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교육생입니다.
홍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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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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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향선 | 2014.10.02 | 13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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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4기 직무교육생입니다.^^
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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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진 | 2014.10.01 | 135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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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교육생 김보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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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람 | 2014.10.01 | 162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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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가입 인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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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좋은생각' 10월호 글번호 30번---쌍지팡이
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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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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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숙 | 2014.09.14 | 14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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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시와사람 여름호에 게재된 '현장에서 읽는 시' 금안보건진료소의 노을꽃밭
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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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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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숙 | 2014.09.14 | 135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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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강사님을 추천합니다.
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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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 2014.04.17 | 15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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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A 활용해주세요 ~~
곽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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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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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찬영 | 2014.04.09 | 145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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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보건진료소장회 한마음체육대회 및 제31회 정기총회개최
김순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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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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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찬 | 2014.04.01 | 18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