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춘추-노블 라이프 |
한 명 자(충북 청원 금관보건진료소장) |
[2007-05-16 오전 9:17:33] |
싱그러운 향기가 천지에 가득한 아름다운 봄. 가을의 수확을 기대하며 바쁘게 일손이 돌아가고 있다. 이곳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지 이미 오래다. 따가운 봄 햇살을 받으며 열심히 일하는 농부는 대부분 노인들이다. 한평생 고된 농사일에 적응되어 허리가 굽고 팔다리가 아프다고 호소하면서도 어르신들의 손길에는 신바람이 가득하다. “고추가 잘 영글면 우리 아들들 맛난 고추장 담가줘야지.” “이 콩이 자라 좋은 열매를 맺으면 잘 거둬서 메주 쑤어야지.” 얼마 전 고급스런 시설의 노인요양원을 돌아보게 됐다. 화려하고 수준 높은 천국처럼 보였다. 노인 위주로 설계된 쾌적하고 편리한 내부 시설들은 일상생활 욕구를 채워줄 수 있고, 질병에 대한 치료는 물론 모든 여가시설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평화롭게 산책하는 곱게 나이든 노인들을 뵈면서 검게 그을리고 투박한 손을 가진 우리 마을의 어르신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자녀들을 위해 혹은 스스로 자급자족하기 위해 땀 흘리는 그분들의 행복감은 어디서도 살 수 없는 신성한 노동의 대가다. 몸 놀릴 힘이 있기에 일하고 누군가를 위해 내 손으로 장만한 것을 줄 수 있다는 마음의 풍성함만은 어디에도 비할 바가 없으니 “올해만, 올해만”하시며 또 한해 농사를 시작하는 것이다. 노블 라이프. 저마다 삶의 패턴에 따라 의견이 다르겠지만 아직은 일할 수 있는 땅이 있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기쁨이 있는, 타인들과 나누는 삶이 바로 노블 라이프가 아닐까 싶다. 오늘도 어르신들은 모상에서 자라나는 자식 같은 어린 싹들에게 눈인사를 하고 사랑 고백을 하며, 추울까봐 덮어주고 목마르기 전에 물을 주며, 자녀들을 키울 때처럼 온갖 정성과 사랑을 쏟고 계신다. 자식들이 떠나고 연약한 육체와 외로움만 남았지만 움트고 자라서 열매 맺는 신통한 이 양자들을 위로삼아 살아가는 농촌의 어르신들이야 말로 참다운 노블이 아닐까. 어르신들이 지금 누리고 있는 행복과 풍요를 돌아가시는 그날까지 누릴 수 있도록 주민들의 건강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한명자(충북 청원 금관보건진료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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