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직접 찾아가 진료하는 의료서비스가 시작돼 도시빈민들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지역 의사들의 적극적인 도움 아래 저소득 환자들의 방문 진료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도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하반신 및 언어 능력 마비 등으로 2002년 7월부터 집에 누워만 지내던 차순정(34·여·기초생활수급자·광주시 서구 금호동)씨는 최근 새 일정이 생겨 삶에 큰 변화가 생겼다. 광주 서구 상무금호보건지소의 방문보건팀이 지난 2월부터 방문진료는 물론 재활, 치과 진료 등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가끔 받았지만, 남편은 직장에 가야 하는 등 보호자가 없어 병원을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17일 오후에도 양을미 방문보건팀장 등이 차씨를 찾았다. 방에 누워 있던 차씨는 눈 인사로 일행을 맞았고, 방문보건팀은 엉덩이의 욕창 상처를 돌본 뒤 차로 그를 지소의 재활치료실로 옮겼다. 차로 5분 거리인 지소에서 차씨는 조선대병원 재활의학과의 치료 방침에 따라 나홍준 물리치료사의 도움으로 재활치료를 받았다. 재활 치료와 함께 지소의 소개로 차씨의 식사, 청소 등을 돕는 자원봉사자도 연결됐다. 남편 이현우씨는 “방문팀의 욕창 치료와 재활 서비스 덕분에 살아갈 용기와 희망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도시 의료취약층을 위한 도시형 보건지소로 문을 연 뒤 차씨처럼 재활 치료를 받는 이는 4월말 현재 85명에 이른다. 또 거동이 힘들어 병원에 못 가는 환자들을 위한 방문진료 대상은 809명,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는 656명이 받고 있다.
다른 시군구의 보건소와 다르게 상무금호보건지소는 외래 진료는 하지 않고 그 인력을 재활, 방문 등에 활용한다. 김상용 지소장은 “지소가 관할하는 인구가 서구 전체의 4분의 1 정도지만, 의료급여대상자는 전체의 절반에 가깝다”며 “외래 진료를 하면 의원 한 개가 생긴 정도지만 그 대신에 방치되고 있었던 의료취약계층에게 재활, 방문, 정신보건 사업 등 기초적인 사회안전망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소에 비해 역점을 두고 있는 방문 재활치료 활동은 최근 열린 도시 보건지소 사례 발표회에서도 우수 사례로 발표되기도 했다.
지금은 자리를 잡았지만 처음 이 지소가 생길 때만 해도 지역 의사회의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았다. 보건지소에서 5분 거리에서 내과 의원을 열고 있는 양승원 원장은 “처음에 환자에게 값싼 진료비를 받는 경쟁 의원 하나가 생긴 줄 알고 은근히 반대가 많았다”며 “이제는 보건지소의 도움을 받아 의원의 환자들에게 영양관리, 운동 요령 등을 교육하려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몇몇 환자는 지소의 영양 및 운동 관리 교육에 의뢰하기도 했다. 박향 서구 보건소장은 “지역 의사회와 만성질환 관리, 재활치료 환자 의뢰 등에서 협조 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평가했으며, 최동석 서구의사회장은 “병·의원을 방문하기 힘든 사람들은 국가 및 공공의료가 돌봐야 한다”며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했다.
현재 도시 빈민층을 위한 보건지소는 광주시를 포함 서울, 대구 등 전국 7개 도시에서 운영되고 있다.
광주/글·사진 김양중 의료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