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꾼의 아픔



      사람들은 가마 타는 즐거움만 알고            人知坐輿樂
      가마 메는 고통은 알지 못하네                  不識肩輿苦

이렇게 시작하는 다산의 「견여탄」(肩輿歎)이라는 긴 시는 약자에게 마음을 기울이는 다산의 뜨거운 마음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시입니다.

      너와 나는 본디 한 겨레로서
      하늘의 조화를 받아 태어났건만
      너희들 어리석어 이런 천역을 달게 받으니
      우리가 어찌 부끄럽고 가엾어 하지 않으리.
      우리는 너에게 덕 입힌 것 없는데
      어찌 홀로 너희들 은혜만 차지하리요.

다 같이 평등하게 태어난 백성들인데 누구는 가마타고 즐기며, 누구는 죽을힘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가마나 멘단 말인가. 가마꾼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그들의 고통에 마음을 기울일 줄 알았던 다산의 마음이 오늘 다시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사람들과의 갈등, 힘있는 사람과 힘없는 사람과의 불화와 불목은 언제쯤이나 해결될까요. 200년 전에 다산의 아픔이 그렇게 컸건만, 오늘의 우리 세상에도 그런 아픔은 그대로 남아 있으니 어떤 이유일까요.

      탔던 사람 일산 휘날리며 당당하게 가버리며
      한마디 고생했다고 위로하는 말도 없네.
      힘이 다 빠진 채 그 일터로 돌아와서도
      실낱같은 목숨이라 신음소리 뿐.
      견여도(가마 타는 그림) 그려내어
      밝으신 임금께 바치려 하노라.

송(宋)나라 때의 어질고 곧은 신하였던 정협(鄭俠)이라는 사람이 흉년에 이고지고 유리방황하던 백성들의 참담한 모습을 보고 견딜 수 없는 아픔에 「유민도」(流民圖)를 그려 임금께 바쳤다는 고사가 있는데, 다산도 가마꾼의 처참한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바쳐서, 그런 패악한 제도가 개선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구슬땀을 흘리며 공장이나 논밭에서 일하는 노동자나 농민들, 온갖 천역을 맡아 죽도록 고생해도 생활비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불쌍한 하층민들, 그들의 아픔을 외면한다면 세상이 어떻게 평화로우며 정의로운 세상이 되겠습니까. 가마꾼의 고통에 마음 기울이던 다산의 마음을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되새겨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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