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은 올해 652병상 규모의 암센터를 여는 과정에서 지난해 경력 간호사 322명, 신임 간호사 230명 등 552명을 채용했다. 올해도 239명의 간호사를 새로 뽑았다. 서울아산병원은 772병상을 증축하면서 지난해 700여 명, 올해 400여 명 총 1100여명의 경력·신임 간호사를 채용했다. 고려대구로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시립보라매병원 등도 대규모 병원을 새로 짓거나 병상을 늘리면서 간호사를 대거 뽑고 있다. 최근 2년간 서울에서만 최소 약 5000명의 신규 간호사 수요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과정에서 지방의 경력 간호사와 지방대학 출신 간호사들이 주거 환경과 대우가 좋은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대거 이동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간호 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양병원이 최근 급속히 늘어난 것도 간호사 부족 사태의 원인이다.
요양병원은 2005년 말 전국에 203개였으나 2008년 4월 619개로 늘었다. 3년 사이 3배 늘어났다. 이 기간 전체 병원 수는 6.2%만 증가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간호등급제"를 본격 시행한 것도 간호 인력 수급 차질에 불을 지폈다. "간호등급제"는 병상당 간호사를 많이 고용한 병원에 입원료를 올려주고 그렇지 않은 병원은 입원료를 최대 5% 깎는 제도로, 간호 서비스를 개선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하지만 경영여건이 좋은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이 간호사 채용을 늘리면서 상대적으로 중소병원은 간호사 부족 사태에 직면하게 됐다. 중소병원의 85%가 입원료가 깎이는 최하 등급인 7등급에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시행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위해 전국 178개 관리운영센터 등에서 1028명의 간호사를 새로 채용했다. 낮 근무만 하는 정부 기관이라는 조건 때문에 기존 간호사들이 이곳으로 대거 몰렸다.
한편 학교 보건 교사 채용 기준이 강화되는 학교보건법에 따라 향후 1~2년간 1000여명의 간호사들이 보건교사로 이동할 예정이다.
◆정부의 안이한 간호사 수급 정책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국내 간호사 면허 소지자는 25만여 명. 하지만 실제로 활동하고 있는 간호사는 그중 13만5000여 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나머지 11만5000여 명은 결혼·육아 등의 이유로 병원을 퇴직한 상태다. 즉 전체 간호 인력의 약 46%가 이른바 "장롱 면허"로 있는 것이다.
최근 10년 동안 간호사 신규 면허 인력도 늘지 않았다. 그동안 간호대학 정원을 수요에 맞게 늘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0년도 간호사 면허 배출은 1만232명이었으나 올해도 1만1333명에 그쳤다. 국내 활동 간호사 수는 인구 1000명당 1.9명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병원협회는 현재 3만7000여 명의 간호사가 부족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간호사 부족사태가 단기간에 해결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병원협회는 ▲일정 기간 경력을 쌓은 간호조무사를 간호사로 승격시키는 방안 ▲중국·필리핀 등에서 간호사 수입 ▲"장롱 면허" 간호사를 병원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파트 타임 간호사" 인정 ▲응급구조사를 간호 인력으로 인정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