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상사의 핵심 임원인‘ 나홀로’ 상무가 주재하는 회의는 항상 침묵이 맴돈다. 솔직한 의견을 내보라고 아무리 독려해도 부하직원들은 앞 다투어 나 상무와 떨어져 앉으려고 하고, 나 상무가 나타나면 신나게 떠들던 직원간의 대화도 뚝 끊어진다. 나 상무는 이런 상황을 ‘자신의 권위를 인정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건 착각! 사실 나 상무는 직장 내 ‘왕따 상사’다. ◆ 일반화되는 직장 내 왕따 상사 현상 ‘왕따’는 더 이상 학생만의 고유 영역이 아니다. 이미 직장 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취업 포털사이트‘사람인’이 지난 5월 직장인 31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왕따가 있느냐는 질문에 42.1%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왕따의 대상이 될까. 사람인 조사에 따르면 왕따 유형을 묻는 질문에 대답한 1307명 중 절반 가까운 48.7%(636명)가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을 왕따 1순위로 꼽았다. 성격적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20.3%), 상사에게 잘 보이려고 지나치게 아부하는 사람(8.3%)도 왕따 리스트에 올랐다. ◆ 더 위험한 ‘상사에 대한 왕따’ 그러나 정작 더 큰 문제는 ‘나 홀로 상무’처럼 상사가 부하직원으로부터 왕따 당하는 경우다. LG경제연구원 김승훈 선임연구원은 “의사결정의 주체인 상사가 부하직원들로부터 소외되고 따돌림 당하면 의사결정의 질이 저하되고, 구성원의 이탈이 발생하며, 조직의 실행력이 저하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이번 주 LG주간경제를 통해 왕따 당하기 쉬운 상사의 유형을 ▲인의 장막형 ▲일벌레형 ▲햄릿형 ▲폭군형 ▲세대착오형 으로 구분하고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상사의 바른 행동 방식을 제시했다. 인의장막형이란 ‘내사람’ 이라고 믿는 부하만을 가까이 하는 상사를 뜻한다. 이 경우 몇몇 특정 부하와의 의사소통은 유지되겠지만 나머지 구성원과는 유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회식자리에서까지 일 얘기만 하는 일벌레형 상사도 부하로부터 소외되기는 마찬가지. 부하에게 심한 압박감을 주기 때문이다. 분명한 지침 없이 과제를 부여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비판만 하는 햄릿형 상사, 강압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의견이나 방식만을 최선이라고 주장하는 폭군형 상사, 젊은 부하직원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노골적으로 그것에 반감을 표시하는 세대착오형 상사도 왕따 당할 가능성이 높다. 강 연구원은 “부하 직원에게 왕따 당하지 않으려면 자신에 대한 쓴 소리를 달게 듣고 부하들의 고충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상사, 업무에 있어서 분명하고 구체적인 지침을 내리고 덕과 이해로 조직을 이끌려는 상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