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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는 게 너무 외로워서 슬퍼. 그래서 매일 매일 눈물이 나와." 할머니의 그 말씀이 아직도 생생하게 귓가에 맴돈다.
대상자를 방문하기 전에 먼저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를 타고 넘어오는 할머니 목소리가 참 맑다고 생각하였다. 방문의 목적을 간단히 말씀드리고 차를 몰아 가구조사 대상자이신 할머니와 아저씨 한 분을 만나기 위해 출발하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갑자기 할머니 눈에 눈물이 맺힌다. 사는 게 너무 외로워서 슬프다는 이야기다. 오랜 시간을 혼자 살아오면서 외로움을 많이 느끼셨다고 한다. 그래서 매일 매일 슬프고 눈물이 나온다는 할머니의 손을 꼭 잡았다. 잠시 할머니께서 이야기를 하시도록 듣고만 있었다. 할머니는 가슴에 무겁게 담아 두고 혼자만 느껴온 외로움을 실타래처럼 길게 풀어놓으셨다. 이럴 때는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한참을 경청하였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웃음 띤 얼굴로 지난 삶의 이야기들을 잔잔하게 들려주셨다. 할머니는 굉장히 점잖고 조용하신 분이었다.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기품 있고 특별히 요구하는 것도 없이 자신을 찾아준 것에 대해 고마워하셨다.
마침 가방에 넣어 가지고 온 카메라가 생각났다. 할머니께 꽃 앞에서 사진 한 장 찍어드려도 되느냐고 묻자 좋아하셨다. 활짝 핀 연산홍 앞에 서 계신 할머니께, "자! 웃으세요? 김치!"하자 수줍게 웃으신다. 소녀처럼 웃는 할머니의 모습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그렇게 맑게 웃으며 살아가시라고 마음 속으로 기도하였다. 내려오면서 절 주변에 세워진 돌탑과 주변의 풍경을 사진기에 담았다. 봄이 입혀 놓은 연초록과 돌탑이 잘 어우러진 모습이다. 사진을 찍으며 오늘 만난 할머님과 아저씨의 삶이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기도하였다. 경건하게 울려 퍼지는 불경소리가 점점 멀어져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