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재화
진료소
낮은 창문 안에
내가 있네
창가에
나팔꽃처럼 붙어 앉아
당신을 그리네
그립단 말
내게는 이토록
멀어
쓸쓸함이
어둠으로 내려 앉으면
세상 밖으로 떠가네
서러운 청춘이
연분홍 나팔꽃 되어
깊은 하늘가로
가없이 오르는
낮은
진료소 창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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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쪽으로 된 이 시집에는 총 69편의 시가 실려 있습니다
제 시를 하나도 읽지 않으셔도
한 채화라는 평론가가 제 시를 설명한 발문14쪽만 읽어도
제 시집에 들어간 비용이 아깝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 발문은 어쩌면 그리도 잘 읽히는지
14쪽으로 되어 있는데도 읽다보면 금방 읽힙니다.
왜 이리 발문을 짧게 쓰셨나? 2쪽밖에 안쓰셨나? 해서 다시 읽어보면
14쪽이 금방 읽힙니다. 연애편지처럼!
무언가 우리의 문학수준을 한차원 끌어 올리는듯한 시의 해설.
읽고나면 고요해지고 제 깊은 내면까지 들여다보는듯한
발문...
이런 해설은 시집 맨 뒤쪽에 실려있는데 보통은
지루해서 잘 안 읽고 지나가는데 참 특별한 발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