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가 떠난지 삼오가 되는날입니다.

    가끔 술을 지독스럽게 마시긴 했지만
    평소 말수도 적고 동네 궂은일은 도맡아 하신분이셨습니다.

    제가 처음 이곳에 발령받아 왔을때에도
    그는 자신의 땅을 기증해서 청사를 짓게하고
    지금까지 23년동안 동생처럼 보살펴주던 분이셨습니다.

    "소장님은 이곳에서 뼈를 묻으세요
    제가 나중에 소장님 죽으면 훌륭하게 장사 치러줄께요.."
    그는 술만 먹으면 이 말을 우스게 소리처럼 늘 하곤했습니다.

    반병이나 마신 그라목손 농약병이 그의 곁에 뒹굴고
    그의 코와 입에서 흘러나온 파란 액체가 범벅이던 그의 얼굴위에
    한줄금 햇살이 비추고 지나갔을때도 전 믿을수가 없었습니다.

    왜 ..
    왜 죽음을 이런식으로 택해야만 했을까 하구요..

    나중에 안 사실입니다.
    그는 위암 말기였던 것입니다.
    혼자만 가슴앓이를 하다가
    가족 모르게 나름대로 준비를 했던것입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죽음준비를 혼자 한다는게..

    어제는
    정신을 놓아버려 표정을 잃은
    그의 부인을 찾아가 꼭 안아주었습니다.

    내품에 안겨 엉엉 울어버린 그녀를 보며
    저도 함께 울었습니다.

    창문을 여니

    오늘따라
    주인잃은 경운기가
    더욱 처량스레 절 바라보고 있네요.

    이젠
    이곳 걱정은 마시고
    좋은곳에서 편히 쉬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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