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건너며 유년 시절 추억 속으로
조천 변에서 만난 유채꽃과 징검다리
텍스트만보기   이인옥(heemangsh) 기자   
▲ 조천변의 유채꽃과 개울
ⓒ 이인옥
충남 연기군 조천 변에는 노란 유채꽃이 만발하였다. 잘 정비된 냇가 주변에 넓게 핀 유채꽃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조천 변에는 유채꽃뿐만 아니라 벚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어 벚꽃이 피는 사월이면 찾는 이들이 많다. 또한 이곳은 조깅이나 걷기 운동이 가능하도록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있어 시민들이 휴식과 운동을 즐겨 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 유채꽃이 만발하여 노란색 세상을 만든 모습
ⓒ 이인옥
차를 타고 조천 변을 지나가다가 유채꽃을 보았다. 무리지어 피어있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차를 세웠다. 유채꽃은 내가 서 있는 곳의 반대편에 피어있었다. 유채꽃이 피어있는 곳까지 가려면 넓은 냇물을 건너야했다. 아니면 길을 따라서 차를 타고 돌아가야 하나 생각하며 두리번거리는데 징검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 징검다리가 어찌나 반가운지 단숨에 냇가로 달려내려 갔다.

▲ 조천변 유채꽃밭에서 가족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
ⓒ 이인옥
내 뒤를 이어 몇몇 사람들이 냇가에 내려와서 징검다리를 건너기 시작하였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머뭇거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주 어린시절에 보았던 징검다리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예전에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개울을 건널 수 있는 다리가 별로 없었다.

큰 냇물도 바지를 걷어 올리고 신발과 양말을 벗어 손에 든 채 힘들게 개울을 건너곤 하였다. 징검다리라도 만나서 발을 적시지 않고 개울을 건널 수 있게 되면 무슨 큰 횡재를 만난 듯 반갑고 고마웠다. 그런 징검다리를 지금 만난 것이다. 감회가 새로웠다.

사람들이 징검다리를 다 건너갈 때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정겹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언젠가 서울의 청계천을 가본 적이 있다. 아이들에게 청계천 구경을 시켜주기 위해서 일부러 서울에 간 것이다.

밤에 도착한 청계천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사람들이 휴식을 즐기며 여유롭게 걷고 있었다. 그들을 따라 걸으며 청계천의 밤 속으로 빠져들었다. 도심 한복판에 이렇게 멋있고 운치 있고 낭만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청계천의 밤은 그렇게 찬란하게 무르익고 있었다.

▲ 징검다리를 건너는 가족의 정겨운 모습
ⓒ 이인옥
그곳에서도 징검다리를 건널 수 있었다. 청계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있다면 징검다리다. 아이들과 손을 잡고 징검다리를 건너며 잠시 어린시절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아이들은 엄마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며 건너가고 있는지 모를 것이다. 지금은 시골에 살고 있어도 옛날처럼 징검다리를 건너는 경험을 할 수가 없다. 대부분이 다리가 놓여 있어 징검다리의 필요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조천 변에서 유채꽃이 피어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징검다리를 건너기 시작하였다. 조금은 인위적인 모습이지만 너무 마음에 들었다. 내가 이곳에서 징검다리를 만난 건 큰 행운이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스며 나왔다. 이런 내 모습이 너무 좋았다. 참으로 오랜만에 낭만을 만끽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징검다리를 건너며 뒤돌아보기를 반복하였다. 목적지에 도착해서는 어린아이들처럼 건너온 길을 다시 갔다 오기도 하였다. 누군가 이런 나의 행동을 지켜보았더라면 좀 이상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유채꽃밭에는 가족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도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내가 10년만 젊었더라면 선뜻 나서서 유채꽃을 배경삼아 근사한 사진 한 장 찍을 수 있으련만 어느새 잔주름에 새치가 보이는 중년이 되고 보니 선뜻 나서지지가 않는다.

세월은 나에게 사진기 앞에서 자신 있게 포즈를 취할 수 있는 더 이상의 용기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물러설 내가 아니다. 비록 자신 있게 나설 수 있는 용기는 없지만 지금의 내 모습을 존중하고 받아들이기에 남편에게 말하여 유채꽃을 배경삼아 사진을 찍었다. 예쁜 모습은 아니겠지만 나름대로의 아름다운 모습이리라 생각하면서.

▲ 유채꽃을 배경삼아 사진을 찍는 중년 여인의 모습
ⓒ 이인옥
유채꽃밭을 거니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예쁘다. 나도 한때는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자 부럽기도 하였다. 아이들은 어떤 모습이든 다 예쁘다. 사진으로 보면 더 그렇다. 가만히 지켜보며 아이들의 밝고 씩씩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꽃보다도 아이들의 환한 얼굴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조천 변에서 유채꽃과 징검다리를 만나서 행복했다.

지금이 시험기간이라서 아이들과 함께 오지 못했는데 시험이 끝나면 아이들과 함께 다시 이곳을 찾고 싶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징검다리를 건너며 느낄 수 있는 멋진 추억 하나 만들어 주고 싶다. 이 다음에 어른이 되어서 엄마처럼 추억 하나 꺼내 보며 흐뭇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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